영화 그물 김기덕감독 이데올로기안의 그물에 단단히 걸린 한 남자의 이야기. 인간은 정을주고 받는 일차적인 가족에 애정을 갖는 존재이다. 생리적욕구가 충족되기도 전에 이념을 들먹이는 것은 먼산위의 깃발과도 같다. 각자의 사상이 다른 남과북. 이 한반도의 비극은 각자의 주장에 치우치다보니 한개인의 인생은 그저 먼지와 같은것.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픈 한 어부의 작은 소망이 이데올로기 앞에 뭉게지는 과정은 실로 괴로운 모습이었다. 그 이데올로기는 한개인의 인권하나를 지키지도 못한 쓰레기같은 신념처럼 보였다. 아니 이데올로기 자체는 거창해보이는 하늘과 같았겠으나 개인들의 욕심과 타락은 어느 사회가 되었든 부패로 찌든 거지상이 되는것이다. 어디에도 속할수 없는 한 남자의 몸부림은 끝내 죽음으로 마친다.  


가족이 우선이고 전부인 그 남자의 신념이 어쩌면 가장 위대한지 모른다. 그 기본이 안된 상태에서 소속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주인공이 남과북에서 느끼는 수치심과 고통의 비열함은 똑같았다. 자유와 풍족안에 빈곤과 아집이 있었고 서로를 믿지못하는 부패적 인간상은 어디든 존재하는것 같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순수한 인간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할것인가? 마치 제3국에서 찾아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건 현실의 답답함 때문이었을것이다. 동이 민족이라 하는 한민족의 어이없는 엇갈림이 서로를 헐뜯고 죽이는 헛된 자화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언제쯤 그 허울좋은 틀안에서 벗어나 진정한 인권을 위하고 서로를 믿는 정많은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했던가. 가족의 소박한 안락을 향해 걸어왔지만 사회에서 버림받고 배신당하는 그 느낌은 가족도 지키지 못한 무능력한 정신으로 바꿔버린다. 내가 속한 사회는 나를 배신하지 않겠지 하는 최소한의 믿음을 갖고 사는 우리들인데 그 믿었던 사회에서 왕따를 당했을 때 개인은 아무 힘이 없다. 정신력까지 뭉게져버린다. 영화 그물은 덧에걸린 물고기같은 우리를 비관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면서 자각하라고 일깨워준다. 

제발 멀리서 바라보듯 통찰력을 키우라고 김기덕감독은 외치고 있는 듯했다. 그것도 안되면 최소한의 동정이라도 느끼라고 손짓하는것 같았다. 참 어이없는 실상이다. 생이별하고 있는 실향민이 더이상 나오지 않고 서로 화합하기 위해서는 존중하는 사랑의 마음일 것이다. 엄격하고 강압적인 지시는 어릴때 자식을 야단과 구타로 교육하는 어리석은 행동과 같다. 이제는 이해시키고 소통하며 어루만져줘야 한다. 아픈것도 가시가 있는 마음도 모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들어줘야한다. 무슨 이유로 화를 내는지 알아줘야 하듯이 이해심을 키우면 세상은 한결 밝아질것이다. 영화 그물처럼 반복된 악습을 후세에 전하지 않으려면...